上壽의 꿈

내가 집에 나이로 아흔 한 살이다. 만으로는 90세가 되는 셈이다. 주민 등록에는 출생신고를 한해 늦게 해서 1932년생으로 89세로 되어있다. 인생 70 고래희라 했는데 사전에나 나올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이제 인생은 70부터라며 백세의 고령화 시대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 왔다. 내가 감히 그 백 살을 넘보고 있으니 송구 하다. 어릴 때 도부장수 할머니가 물건을 팔기위해 마당에서 놀고 있는 나를 방으로 불러 청하지도 않은 사주를 봐주겠다면서 가지고 다니던 사주풀이 그림책을 내어 나의 생년월일을 묻고는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책장을 넘기더니 기와집에 머슴애 둘 여식 애 하나가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이면서 아들 둘 딸 하나에 기와집에서 70세까지 장수하며 잘 살 四柱라고 추겨 세웠다. 그 때 내 나이 일곱 여덟 이갈 나이 쯤 되었을 것으로 희미한 추억이다. 어머니는 기분이 좋아 쌀바가지 나 주고 물건을 사줬을 것이다. 그 때 평균수명이 40세로 60세만 살아도 장수했다고 환갑잔치를 할 때 이였으니 그럴 수밖에. 공교롭게도 그 도부장수 할머니의 사주풀이와 같이 2남1여에 반 양옥 단독 주택에서 연금으로 90까지 부부 해로 하고 있으니 그 도부장수 할머니의 사주풀이가 우연 치고는 묘한 느낌이 든다.

80대 초반 까지만 해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오기로 복지관에 나가서 봉사활동도하고 탁구부에 가입 선수로 출전도 했었는데 80대 중반에 들어서니 식욕도 떨어지고 차차 기력이 하루하루 달라졌다. 즐겨 치던 탁구도 그만 두게 되고 복지관에도 발을 끊었다. 특히 코로나 가 번진후로는 빠짐없이 다니던 새벽 산책도 줄어 가끔 한 바퀴 도는데 발걸음이 자꾸 무거워진다. 그래서 집에서 하루 세 번식 새벽과 점심식사 전 그리고 저녁 식사 전 30분간을 요가체조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기를 계속 쓰고 아직 까지 신문은 전면 다 읽고 사설 칼럼 등 중요기사는 일기장에 스크랩 까지 하고 있으나 앞으로 얼마를 계속 할 런지 모르겠다. 6년 전에 자서전 수상록을 낸바 있고 지난해에는 구순 기념 집을 내며 유언장까지 써 놓았다. 死前 의료의향서인 리더스 웰다잉협회 회원증도 받아 놓았다. 영대병원에 사체 기증도 해 놓았다. 이제 언제 가더라도 후회 없이 가기로 모든 준비를 하고 마음을 달래기도 하나 한편 허탈하기도 하고 무료한 나날이 따분한 기분에 무력해지기도 한다. 1년 반 넘게 코로나로 집콕 신세가 되고 보니 더하다. 내가 즐기는 독서와 글쓰기로 무료를 달래고 있으나 이제 신문 읽기도 힘이 들고 독서도 진도가 느려 머리에 남는 게 없다. 돌아 갈 날이 가까워지는 일상이 허무해지는 무력감이 자주 밀려온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다짐을 해봤다.
언 듯 머리를 스치는 글귀 가 떠올랐다. 꿈과 희망을 가져 라는 잠언이었다.
이 나이에 무슨 꿈과 희망이 있겠는가? 라고 자문하면서도 기죽지 말고 새로운 희망과 꿈을 찾기로 했다. 앞으로 100세 까지 십계년 계획을 세워보자. 10년 후 제 3의 자서전 上壽 기념 집을 내기로 하고 일기를 계속 하며 그 일기 중에서 글감을 골라 지난번 구순기념 집에 다 못 실고 남은 글을 한데 모아 상수 기념 집을 내기로 계획을 세워봤다. 상수는 100세를 이르는 말로 壽 중 가장 위란 뜻이라 한다. 이 계획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 될지 모르겠으나 무료한 일상을 여기에 걸기로 작정 하고나니 기가 살아났다.
그리하여 계속하고 있는 요가 체조를 하루 3번식 이어가며 요앙원에는 안가도록 건강관리를 해야겠다. 여동생이 5년3개월의 요양원생활 끝에 85세로 2년 전에 고인이 될 때 까지 병문을 갈 때마다 나는 여기 안 오고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을 어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아내에게 나 먼저 보내 놓고 많이도 말고 내 나이만큼 3년만 더 살다오라고 농담 삼아 말을 한다. 아내가 없으면 하루도 못 살 것 같다. 어릴 때 아무개 어른이 곡기를 놓았다는 얘기가 돈 얼마 후 곡소리 가 난 기억이 떠오른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라는 글을 봤다. 근래 아내가 가끔 엉뚱한 말을 하고 했든 말을 다시 하는 경우가 잦아 혹시 치매기가 아닌가? 의심의 들게 한다. 아무리 요양원에 가기 싫어도 치매 증상으로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壽 卽 辱이라고 했다. 오래 사는 게 오히려 욕이 된다는 뜻이다. 얼마 전 백세를 넘긴 저명인사가 정부비방을 했다고 어느 분이 나이는 80세 까지 사는 게 알맞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른 기사를 본봐 있다. 치매 등 병고로 요양원 신세를 지거나 妄言으로 口舌數에 오르거나 가족에게 폐를 끼치며 오래 산다는 것은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에게도 해가 되기 때문이다.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살게 된다는 웃기는 익살이 떠돌기도 하니 오래 사는 게 좋은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생사를 어찌 마음먹은 대로 되는가. 天理 따라 자연스럽게 살다가 고통 없이 자는 잠에 간다면 그 이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 억지를 부리는 것 같지만 의식이 있는 한 10년 계획을 세워 하루하루 착실하게 살기를 여기에 거듭 다짐한다. 상수기념 집의 출간을 위하여 꿈과 희망을 가지자.

20121년 10월 8일


追記

나의 건강은 나이 줄타기에 곡예를 하며 소강상태이다.
세계 최장수 부부기록은 제주도 이춘관 102세와 할아버지 와 97세 손을성 할머니로 2002년 1월25일 결혼 80주년을 축하했다는 기록이 인터넷에 올려 있는 글을 봤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최고 장수자는 중국의 이청운 256세로(1677-1933) 기네스북에 올려 있다고 했다. 입향조 이하 우리 직장 공 후예로는 종파의 29世 國根 어른이 壽 91세의 장수로 나라에서 通政大夫 壽職이 내렸다고 족보에 기록되어 있다. 南怡 장군은 28세에 병조판서로 男兒二十未平國 이란 詩로 平國을 得國으로 고친 역모 모함에 몰려 처형 되었으나 오늘날 남이 공원 까지 생겨 후세에 이름을 전하며 천재시인 소월은 32세에 요절했지만 진달래 초혼 등으로 불멸의 시인 이었다. 짧게 살아도 값지게 아름다운 흔
적을 남겨야 한다.

40세 不惑, 50세 知天命, 60세 耳順 또는 還甲, 61세 進甲, 70세 古稀, 또는 七旬, 77세 喜壽,
80세 八旬, 88세 米壽, 90세 九旬 또는 卒壽, 99세 白首, 100세 上壽